마이너리거의 판뒤집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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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7회 작성일 25-02-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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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상황을 더 잘 알고 계실 저희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에게 굳이 이러한 DeepSeek로 인해 비롯된 충격의 1~2월 사건들을 다시 되짚어드리는 이유는 DeepSeek 모델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평가나 유용성보다는, 미국 빅테크의 천문학적 초격차 투자와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한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접근으로 시장에 대형 충격파를 던짐으로써 공고해 보이던 테크 리더들만의 리그를 흔들 수 있었던 이유와 그러한 DeepSeek의 전략이 우리와 같은 솔루션 업계 혹은 IT 업에 종사하는 여러분들께 주는 시사점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입니다.
1. 언더독의 새로운 시장 접근 전략 – 오픈소스
원래 현재 시장의 맨 앞을 달리고 있는 오픈AI라는 회사는 ‘인류를 위한 기술 개발’이라는 비영리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폐쇄적이고 상업적인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2019년 MS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후 오픈AI는 개발한 AI 모델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전략을 취했습니다. 시장의 원톱인 오픈AI가 이러한 폐쇄 전략을 택한 이후, 초기 오픈소스 전략을 취하던 구글 등 다른 대형 AI 기업들도 폐쇄형 모델로 바꾸며 AI 시장의 경쟁을 촉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즉 시장 잠재력이 커짐에 따라 투자가 늘어나게 되고, 오픈소스를 통해 인류의 공영과 집단 지성, 공동의 발전을 이상으로 하던 선배들의 노력들이 유독 AI 분야에서는 탐욕스러운 자본의 속성이 가미되어 버린 것입니다. 결국 빅테크를 제외한 다수의 기업들은 한순간에 투자 자본의 높은 벽과 함께, 기술적 장벽까지를 계속적으로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GPU 수출 통제까지 이루어지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더욱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웠던 상황입니다.
여기에 DeepSeek는 매우 영리한 시장 접근을 합니다. 즉 오픈소스로 다시 회귀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오픈AI가 폐쇄형으로 공개하지 않은 추론 과정과 이론 논문까지를 모두 공개해 버립니다. 즉 남이 큰돈을 주고 사온 맛집 레시피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발표 4일 만에 아마존, 애저 Cloud 서비스에 올려서 누구나 테스트해보고 성능 등을 검증하도록 한 것입니다.
DeepSeek는 AI 모델 소스 코드를 MIT 라이선스로 공개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 수정, 재배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렴한 GPU만으로도 AI 개발이 가능해져 개발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당연히 AI 빅테크들의 장벽에 막혀 고전하던 전 세계의 AI 기업 및 개발자들은 글로벌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 R1 모델이 발표된 이후, 2주 만에 84만 회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3일 기준)를 기록하고 매일매일 몇 백 개의 새로운 유사 모델을 개발하거나 테스트 중입니다.
DeepSeek가 영업 비밀 공개에 준하는 오픈소스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DeepSeek의 전략은 기존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을 약화시키고, 다양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특히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 제동을 걸며 기술 경쟁을 촉진했습니다. 한순간에 수십 조 단위의 투자와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흔들어버리면서 투명한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오픈소스 전략은 기존 빅테크들과 오픈AI가 주도하고 있는 AI 시장에서 중국과 같은 후발 주자들의 ‘AI 생태계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AI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가 1등을 이기기 힘들었던 기존 시장 질서 고착을 깨기 위해 DeepSeek는 당장 수익은 못 내더라도 오픈소스로 이 분야의 기술 스택을 덮어 글로벌 협업 및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DeepSeek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AI 후발 주자들은 빠른 시장 진입과 함께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DeepSeek의 공개된 기술 자료는 모델 엔지니어링 전 과정을 설명하며,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서 AI 민주화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전체 생태계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2. 기술 민주화, 가장 효과적인 홍보 전략을 선택하다
여러분들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충격적으로 각인시킨 2016년의 알파고 사태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바둑을 조금 두는 저는 이세돌 9단의 처절하고도 고독한 싸움을 보며 너무나도 손에 땀을 쥐면서 매 대국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는 전 세계 인류에게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시점에 200여 전 세계 매체가 현장 취재에 참여했고, 검색만 1145만 회, 뉴스 검색이 89만 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 투자를 통해 구글은 전 세계에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의 우수성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대국 기간 동안 구글의 시가총액이 약 58조 원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는 2016년도의 알파고 대국 이후, 이 DeepSeek의 오픈소스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AI 회사가 DeepSeek가 택했던 오픈소스 및 공개 전략보다 더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DeepSeek가 여타 다른 클라우드 AI, 오픈AI 등 다른 추론 LLM이나 경쟁사들과 같은 방식의 전통적 성능 발표를 중심으로 한 홍보 전략을 썼다면 이렇게 전 세계적인 스타로 등장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과는 DeepSeek가 '기술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통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와 민주화라는 이미지가 갭이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만, 국경이 없는 기술의 세계에서 많은 개발자들과 기업들이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원하는 상황에서, DeepSeek의 오픈소스 정책은 이러한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시장의 신뢰를 얻는 전략적 선택이었죠.
물론 이러한 오픈소스 전략을 택하기 전에 DeepSeek 내부에서는 기업이 자사의 핵심 기술과 경쟁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간 투입된 투자와 비용들이 무위로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과 반발도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오픈소스 프로젝트 관리와 커뮤니티 지원에 추가 리소스와 적지 않은 비용의 투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알파고가 서구 중심의 AI 기술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처럼, DeepSeek는 중국 AI 기술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요. 이 사건은 '21세기판 스푸트니크 모멘트(註: 구소련이 1957년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을 때 미국이 받았던 충격에서 나온 말)'로 불리며, AI 기술 경쟁에서 DeepSeek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적 위상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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